LP는 “녹음 파일을 그대로 찍어내는” 제품이 아니라, 마스터링에서 소리를 다듬고 커팅에서 홈(그루브)을 설계한 뒤 프레싱으로 물성을 가진 레코드로 완성되는 공정형 매체입니다.
마스터링/커팅/프레싱 과정의 선택(볼륨, 재생시간, 재질, 검사)이 최종 음질과 불량률까지 좌우하니, LP가 만들어지는 순서를 알면 구매·제작 판단이 쉬워집니다.

1) 마스터링: LP에 맞게 소리를 “안전하게” 정리하는 단계
디지털/스트리밍용 마스터가 LP에 그대로 적합한 건 아닙니다. LP는 바늘이 홈을 물리적으로 따라가므로, 과도한 저역 스테레오(좌우 위상 차), 과한 고역 치찰음(ㅅ·ㅆ), 지나친 라우드니스(과압축)가 있으면 트래킹이 불안정해지거나 왜곡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LP용 마스터링은 곡 순서와 사이드 길이(한 면 재생시간), 목표 레벨(커팅 헤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저역 정리(필요 시 저역을 모노에 가깝게), 디에서(치찰음 완화), 적절한 헤드룸을 함께 설계합니다.
실전 팁: (1) 제작 의뢰 시 “바이닐 전용 마스터” 여부를 먼저 확인하세요. (2) 한 면이 길수록 평균 음량을 낮추는 쪽으로 가기 쉬워 체감 다이내믹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3) 스트리밍용처럼 과한 리미팅보다, 자연스러운 트랜지언트를 남기는 편이 LP에서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2) 커팅: 래커/금속 원판에 “홈을 파서” 소리를 새기는 단계
커팅은 커팅 래스(선반)로 래커 디스크(또는 DMM 방식의 금속 원판)에 음악 신호를 홈 형태로 새기는 과정입니다. 이때 커팅 엔지니어는 단순히 ‘녹음’을 하는 게 아니라, 홈 간격(피치)과 깊이(댑스), 곡별 레벨, EQ·디에서·필터를 조정해 “재생 가능한 레코드”로 만듭니다.
특히 LP는 바깥쪽이 선속도가 빨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고, 안쪽(라벨 근처)은 선속도가 느려 고역 왜곡(이너 그루브 디스토션)이 늘기 쉽습니다. 그래서 고역이 강한 곡을 A면/바깥쪽 트랙에 두거나, 안쪽으로 갈수록 보컬 치찰음·심벌이 거칠어지지 않게 세팅을 바꾸기도 합니다.
실전 팁: (1) 긴 러닝타임이라면 2LP로 나누는 것이 커팅 여유를 늘려 음량·왜곡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습니다. (2) 강한 저역·사인파 계열이 많은 트랙은 커팅 난도가 올라가므로 사전 상담이 중요합니다. (3) 커팅 직후에는 테스트 커트/레퍼런스 래커로 검청(시청 검사)을 거쳐 문제를 조기에 잡는 편이 비용을 줄입니다.
3) 프레싱: 금형을 만들고 PVC로 “찍어내는” 단계
프레싱은 커팅된 원판을 바로 눌러 찍는 게 아니라, 전기도금(일렉트로포밍)으로 금속 금형(스탬퍼)을 만든 뒤 PVC를 고온·고압으로 눌러 성형하는 흐름입니다.
일반적인 순서는 커팅 원판(래커) → 금속화/도금 → 메탈 마스터/마더/스탬퍼 제작 → 프레싱(펠릿을 가열해 비스킷 형태로 만들고 라벨과 함께 압착) → 냉각 → 트리밍(가장자리 절단) → 외관·재생 QC → 패키징입니다.
이 단계에서 흔한 이슈로는 워프(휨), 오프센터(센터 불량), 논필(non-fill, ‘지지직’처럼 들릴 수 있음), 스크래치/오염, 라벨 기포 등이 있습니다. 그래서 공장마다 테스트 프레스(소량 선행 생산)로 소리와 불량을 확인한 뒤 양산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실전 팁: (1) 컬러반/픽처디스크는 공정·재료 특성상 기본적인 노이즈/내구성 기대치가 검정반과 다를 수 있어 QC 기준을 더 꼼꼼히 잡는 게 좋습니다. (2) 새 LP는 정전기와 분진이 남아 있을 수 있으니 첫 재생 전 건식 브러시·안티스태틱 관리가 도움이 됩니다. (3) 프레싱 품질은 공장 설비·작업 숙련·검수 루틴 영향을 크게 받으므로 “테스트 프레스 진행 여부”가 제작 품질의 힌트가 됩니다.

4) 결론
마스터링은 LP가 무리 없이 재생되도록 소리를 정리하는 단계이고, 커팅은 그 소리를 홈으로 바꾸는 설계 단계이며, 프레싱은 금형과 PVC로 레코드를 양산하는 제조 단계입니다.
마스터링/커팅/프레싱 과정에서 러닝타임·레벨·저역·치찰음·QC가 어떻게 다뤄지느냐가 LP의 최종 음질과 체감 만족도를 바꿉니다.
LP가 만들어지는 순서를 알고 보면, 같은 앨범이라도 판본·공장·테스트 프레스 유무를 더 똑똑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LP(바이닐)'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겨울 감성 LP 추천: 따뜻한 사운드의 앨범 큐레이션 (0) | 2025.12.24 |
|---|---|
| 첫 LP로 추천하는 명반 20선: 후회 없는 입문 리스트 (0) | 2025.12.24 |
| 초보 LP 수집 전략: 장르별로 실패 줄이는 구매 순서 (0) | 2025.12.24 |
| 중고 LP 사기 예방: 사진에서 꼭 확인할 포인트 (0) | 2025.12.24 |
| LP 저음이 뭉칠 때 해결법: 스피커 위치·진동 대책 총정리 (0) | 2025.12.24 |